고등학생 A는 학교폭력 가해자다. 1학년 때부터 2년간 동급생 B를 괴롭혔다. 매주 상납금을 2만 원씩 요구했고, 금품을 갈취했으며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로 불러 폭행했다. A의 범죄 행각은 결국 학교 당국에 알려진다. 학교는 은밀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덮는다. “학교 위신을 고려해…복잡하고…가해자도 반성하고 있다….” 결론은 강제 화해에 “네가 이해해라”다. 드라마든 현실이든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학폭 사건의 전모다. 학교에서 학폭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처리한다. 학부모위원, 교사위원, 일부 전문가가 학폭위를 구성한
“마을은 절대 작지 않아요. 마을에는 많은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은 2011년 즈음부터 마을공동체 활동에 앞장섰다. 서울특별시가 정책으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독려하기 전이다.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살 때 삶의 짐을 덜 수 있다는 강선규 센터장은 모든 문제가 개인의 몫이 된 오늘날, 마을에서 더 나은 삶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서대문구 카페를 찾아 마을에서 사는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랫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셨습니다.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마포구 성미산 아래 빌라촌에는 ‘성미산마을’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일을 계획한다. 마을 초입 ‘문턱 없는 밥상’에는 ‘형편껏 내도 괜찮습니다’가 쓰여있고, 성미산 학교 간판에는 ‘불은 끄고 관심은 켜고’라고 적혀 있다. 오며 가며 마주하는 주민들은 서로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매해 5월 넷째 주에 열리는 마을 축제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분주하다. 이웃이 우리 기억에서 흐릿해져 가는 날. 성미산마을은 소중한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있었다. 빠이부터 짱구까지 마을극장에서 한바탕 지난 23일, 성미산 동네 꼬마들이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정책이 올해로 7년 차를 맞이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단절된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마을의 문제를 시민들이 공동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증진하고자 추진돼왔다. 현재 약 20만 명의 시민들이 마을공동체에 참여해 함께 여가를 보내거나 공동의 문제를 고민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각 마을공동체에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는 가운데, 지원 방식을 두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정책의 현안을 짚어봤다. 8배
어딜 가나 비슷하다. 번화가 가게들은 상위 차트에 수록된 최신가요를 무한반복 재생하는 데 여념이 없다. 가수도 다르고 곡 제목도 다르지만, 비슷한 후렴에 비슷한 가사다. 반복되는 리듬에 귀는 피로하다. 황세헌(남·48) 사장은 획일적이고 몰개성적인 도시의 단면을 비집고 ‘골목 바이닐&펍’에 자리를 잡았다. “대로변의 흔한 음악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그의 가게는 오후 7시에 문을 연다. 벽면에는 옛날 흑백 영화가 틀어져 있다. 서울의 휴일(1956년 作). 소리도 안 나오고 자막도 없다. 턴테이블이 흥얼거리는 레코드음악이 그 자리
2016년 기준 한국에서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3%를 가져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엔 50%를 넘게 차지했다는 조사 자료도 있다. 연봉 상위 10%에 진입하기 위한 경계값은 약 6700만 원이다. 2200만 원 선인 중위값과 대조되는 수치다. 외환위기 즈음부터 양극화 구조가 극심해지기 시작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빌미로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쯤 받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도 벌어져갔다. 1970년대까지 엇비슷하던 둘 간의 임금은 이제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2000년대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배달보험료 현실화!”, “라이더를 리스펙(respect)!” 지난 1일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 40여 명으로 구성된 라이더 유니온(위원장=박정훈)이 청와대 앞에서 창립을 선언했다. 라이더들은 연단에 서서 하나둘씩 고충을 토로했다. 박정훈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은 “현재 라이더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며 창립 선언 취지를 밝혔다.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는 중이다. 이에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방안에
플랫폼 비즈니스가 새로운 일거리로 떠오르며 신(新)노동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고용주-근로자 2면관계가 노동수요자-플랫폼-노동공급자 3면관계로 재편된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근로자처럼 사업주에게 경제적으로 전속돼 노무를 제공하지만, 종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법이 보장하는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사고 위험이 큰 노동환경에 처한 배달 라이더의 문제는 심각하다. 법은‘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자영업자와 근로자 사이의 회색지대를 통해 이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미비한 수준이라
1962년 홍콩. 밤거리를 채운 가로등이 몽롱하다. 차우(양조위 분)와 리첸(장만옥 분)이 만나 눈빛을 교환한다. 두 사람 모두 배우자가 있지만, 서로가 배우자는 아니다. 외도하는 아내와 남편을 뒀다는 점이 그들을 위로하다가 괴롭힌다. 화양연화의 감독 왕가위는 방향을 잃은 중년의 사랑을 탁월한 미장센으로 그렸다. 그런 화양연화가 좋아 차재민(남·34) 씨는 로파이(LO-FI)에 홍콩을 입혔다. 대낮인데도 조명은 어둡다. 네온사인이 내비치는 분홍과 보라는 서로 얽혀 야릇한 불빛을 낸다. 그늘진 곳에 걸린 그림의 여인이 농염하게 기타를
#. 영준(손이용 분)은 중고나라 사기를 당했다. 150만 원짜리 노트북 대금을 입금한 지 오래, 판매자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영준은 경찰서를 찾아갔으나 돌아온 건 “사건해결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고뇌하던 영준은 직접 중고나라 사기 범인을 잡으러 중국으로 떠난다(영화,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는 한국 최대의 중고거래 사이트다. 회원 수는 약 1700만 명에 달한다. 숫자로만 따지면, 전 국민의 40%가 이 사이트에 가입한 셈이다. 하지만 중고나라가 매일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인터넷 사기 때문이다. 연간 10만여
누구도 사기범죄에서 안전하지 않다. 전체 범죄 수는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수법이 고도화된 사기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더군다나 20대 대상의 사기범죄 피해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는 중이다. 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은 “사기를 당하는 건 나이, 지식과 크게 관련 없다”며 “사기범죄는 제도적 예방이 어려운 만큼 조심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도화되는 사기범죄, 20대 위협해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해에만 총 24만1642건의 사기범죄가 발생했다. 형법범죄와 특별법범죄를 합친 전체 범죄182
탐사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재원 전부를 시민후원금으로 마련한다. 광고주로부터 독립된 고유한 수익구조로 운영되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시민후원자들의 언론수요에 맞춘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내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뉴스타파 박대용 뉴미디어 팀장은 산적한 한국 인터넷신문계의 과제를 두고 “결국 신문과 독자가 서로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자한테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멀고도 긴 정도(正道)를 가리키는 박대용 팀장에게, 인터넷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 뉴스타
일부 군소 인터넷신문사에서 기업 이미지를 손상하는 과장·왜곡 기사를 작성하고, 삭제를 대가로 광고를 요구하는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 포화한 인터넷신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란 게 이들의 변명이다. 군소 규모인 A인터넷신문의 편집국장 S 씨는 “저널리즘보다는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상황”이라며 업계 사정을 전했다. 200대 주요 광고주를 회원으로 둔 광고주협회는 이 같은 행위를 ‘유사언론행위’라 규정하고 반론보도로 대응하고 있다. 광고·협찬 요구받는 광고주 광고주협회는 작년 11월 한국 200대 광고주를 상대로 ‘유사언론행위 피
‘어머니 대성집’이 터를 옮긴다. 식당이 위치한 용두제6구역이 재개발 대상지여서다. 본교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용두제6구역은 과거 본교생의 주요 생활권이었다. 어머니 대성집 박연웅 사장은 “근처로 옮기긴 하겠지만 50년 동안 고대생들과 쌓은 추억이 사라진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용두제6구역은 현금청산자의 이주가 예상보다 늦어진 상태다. 현금청산자와 조합이 현금청산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박연웅 사장을 비롯한 여러 현금청산자는 “현금청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재개발조합 측은 “보상금은 우리가 임의로
“가능성을 넘기 위해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학우 분들 덕분입니다.” 작년 12월 8일 ‘가능성을 넘어 결과를 만들다’는 슬로건 아래 당선된 제50대 서울총학생회 ‘ABLE’(회장=김태구)의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수강신청제도 개편, 공간문제 해결 등에서 얻은 일정한 성과를 학생들의 공으로 돌렸다. 서울총학은 굵직한 현안에서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캠퍼스공간위원회(캠공위) 발족을 이끌고, 학생 단위 총장후보자 공청회를 개최 예정에 두는 등 학생사회의 ‘가능성’을 확인해 냈다. 다만 총장직선제를 위한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2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가진 후 박만섭 교무처장을 만나기 위해 본관으로 진입했다. 시간강사 채용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논의 내용이 담긴 교무처 내부문건이 공개된 후 이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박만섭 교무처장을 만나지 못한 집회 측은 요구안을 교무팀 사무실에 부착한 후 해산했다. 한편, 집회 측이 박만섭 교무처장을 만나지 못한 것을 두고 ‘교무처장 노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교무처에서 집회 측에 22일 면담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집회 관
세종캠에서 발족한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 2지부(지부장=황성관, 직노 2지부)가 서울캠4.18기념관 대강당에서 22일 가입설명회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서울캠 일반직(Ⅱ), 지원직(Ⅱ) 직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황성관 지부장은 “우리가 받는 부당한 처우를 극복하기 위해선 여러분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노조 가입을 독려했다. 가입설명회 당일 약 20명의 직원이 직노 2지부에 가입했다. Ⅰ직군 직원으로 구성된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 지부(지부장=김재년)와 달리 직노 2지부는 일반직(Ⅱ), 지원직(Ⅱ)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적어도 한 가지 재능이 있다. 엄청나게 사소한 재능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꼭 필요로 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탈잉(Taling)은 이런 능력을 제공하는 사람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1~20만 명의 고객이 탈잉을 통해 PT, 엑셀, 노래, 춤, 메이크업, 주식 등 다양한 재능을 익히고 있다. 김윤환(정경대 정외12) 탈잉 대표는 재학시절 ‘잉’여로운 시간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탈잉을 생각해 냈다.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한가롭잖아요. 이 시간에 다른 재능을 배우면 좋을 것 같았어요.” ‘잉여탈출’에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한 교양축제 ‘Discover KU’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Discover KU는 시민과 대학 구성원에게 본교 교양 강의를 선보이는 행사다. 열린 교육을 통해 대학의 지식 공유 역할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행사가 기획됐다. 지난 13일에는 이정남(본교·아세아문제연구소) HK교수가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강연장을 찾은 약 100명의 학생과 시민들은 백주년기념관 원격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이정남 교수는 우선 항간에 알려진 통념을 바로 잡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보
“강의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열성인데, 매일 수업하는 고등학교 선생님 됐으면 어쩔 뻔했니?” 강의 준비로 고생하는 김성은(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어머니께서 이런 걱정 어린 말을 건넸다고 했다. 오늘도 김성은 교수는 푸르른 열정을 동력 삼아 강의 준비로 열심이다. 학생들의 공부를 전천후로 돕기 위해 직접 영상까지 찍어 제공한다는 김성은 교수. 본교 정치외교학과 04학번 학생에서 이제는 교육자가 된 ‘새내기’ 교수는 임용 후 첫 강의인 ‘정치학방법론’에서 석탑강의상을 수상했다. 젊음의 생생한 활력으로 가득한 김성은 교수의 연구실을